저도 처음엔 36개월 무염식을 끝까지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12개월짜리 아이가 밥을 집어던지고 울고불고, 소아과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께 "체중이 너무 적다"는 말을 듣게 되면서, 점차 무염식에 대해 고민해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공부하면서 얻은 결론은 두돌 전까는 짠 음식은 다 피하자 입니다. 어릴 적부터 짜게 먹는 습관들이면 안된다라는 것입니다.
이유식 거부, 간을 하면 정말 해결될까
무염식을 고집하다가 아이가 밥을 너무 안 먹으면 "그냥 조금 간을 해줄까" 하는 유혹이 옵니다. 저도 그 유혹에 결국 손을 뻗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간을 해줬을 때 아이가 잘 먹는 건 맞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한 번 간이 된 맛에 익숙해지고 나면, 간이 없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전보다 훨씬 심해집니다. 이건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라 미각 민감도(taste sensitivity)와 관련이 있습니다. 영아기에 강한 염미 자극에 반복 노출될수록 그 역치가 높아져 싱거운 맛을 물처럼 느끼게 됩니다. 한 번 높아진 역치는 낮추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건 꼭 짚고 싶은 부분인데, 아기용 간장, 아기용 된장, 유기농 소금이라고 해서 나트륨 함량 자체가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소금은 어떤 방식으로 가공해도 나트륨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영아기 나트륨 일일 섭취 상한선은 생후 7~12개월 기준 약 370mg으로, 이유식과 분유 자체에 이미 이 수준의 나트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출처: 세계보건기구(WHO)). 별도로 간을 추가하는 것은 이 수치를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유식 거부를 해결하기 위해 간을 사용하는 건, 당장은 효과적으로 보여도 결국 더 큰 거부감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나트륨 섭취, 두 돌 이후라도 방심은 금물
두 돌이 지나면 이제 좀 먹여도 되겠지 싶지만, 어릴 때 형성된 짜게 먹는 습관은 성인이 된 후에도 교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이건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실제 연구로도 뒷받침되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 권고치인 2,000mg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고, 이런 식습관의 뿌리는 상당 부분 영유아기에 형성됩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과도한 나트륨 섭취가 장기간 지속되면 신장 사구체여과율(GFR)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GFR이란 신장이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속도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나트륨 과잉 상태가 반복되면 신장에 부담이 쌓여 장기적으로 사구체 기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 시기부터 시작된 고염 식단은 고혈압, 심혈관 질환, 위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의학계에서 꾸준히 지적해온 사실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무염식을 완전히 유지하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도 않았습니다. 두 돌 이후부터라도 조금씩 짠맛을 줄여나가는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짠맛에 익숙해진 아이라면 김치 같은 발효식품도 물에 한번 헹궈서 짠맛을 낮춰주거나, 국에 밥을 말아 먹이는 습관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국에 밥을 말아먹는 것은 국물이 싱거워 보여도 총 나트륨 섭취량을 크게 늘리는 원인이 되거든요.
두 돌 이후 나트륨 섭취를 서서히 줄이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국에 밥 말아먹이는 습관을 없애고 국물 섭취량 자체를 줄인다
- 김치나 절임류는 물에 담가 짠맛을 빼고 소량만 제공한다
- 간장, 된장은 주 1~2회도 권장하지 않으며 사용 시 극소량에 그친다
- 나트륨이 첨가된 가공 스낵, 시판 이유식 반찬류는 성분표를 반드시 확인한다
식습관 형성, 주변과의 싸움이 더 힘들었습니다
제가 가장 지쳤던 건 사실 아이가 안 먹는 것보다 주변과의 갈등이었습니다. 친정엄마가 돌도 되기 전부터 어른 음식을 주려 하고, 젤리를 주지 말라고 했더니 "유난 떤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한 달에 한 번도 보기 어려운데 만날 때마다 어른 음식을 다 퍼주고 가시면, 그 이후에 식습관을 잡는 건 온전히 제 몫이 되더라고요. 먹는 모습이 보고 싶어서라는 말씀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닌데, 솔직히 그건 아이를 위한 게 아니라 할머니 본인의 만족인 경우가 많습니다.
영유아기의 식행동 패턴(dietary behavior pattern)은 생애 초기에 형성됩니다. 식행동 패턴이란 어떤 음식을,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먹는지에 대한 반복된 행동 양식을 말하는데, 이 시기에 형성된 패턴은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이 시기에 주변에서 어떤 음식을 노출시키느냐가 평생 식습관의 기반이 됩니다.
제가 바나나와 쌀가루로 간식을 만들어줬을 때 "맛도 없는데 애가 먹겠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힘을 빼는지는 해본 사람만 압니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저의 의지가 완전히 무너진 것도 사실이고요. 그러나 지금은 생각합니다. 100%를 못 지켰다고 해서 0점인 건 아니라고요. 무염식을 포기했더라도, 가능한 한 싱겁게 먹이려는 노력 자체가 의미 있습니다.
완벽하게 무염식을 지킨 엄마도 대단하지만, 지키지 못한 엄마가 게으른 게 아닙니다. 저도 그 사이에서 매일 고민했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부터라도 짠맛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향을 잡는 것입니다. 소아과 선생님이나 영양사와 상담해서 아이 체중과 나트륨 섭취량을 함께 점검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방향만 잡고 있다면, 그게 아이에게는 충분한 시작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아이의 건강과 관련된 사항은 반드시 소아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