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윤석열 정부 막바지에 서초구 반포 구축 아파트를 매수하면서 반신반의했습니다. '지금 사도 되나?' 하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돌아보니 그게 오히려 기회였습니다. 지금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규제 기조를 보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의 기억이 겹쳐 보이기 시작했고, 그때 느낀 불안감을 여러분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규제가 시장을 막으면 전세난은 왜 더 심해지는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집값이 안정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시장을 들여다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강화된 이후 매매 수요가 억눌리기 시작했습니다. DSR이란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소득 대비 갚을 수 있는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기준입니다. 제가 반포 구축을 매수할 당시만 해도 이 한도 안에서 충분히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문턱 자체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매매를 못 하게 된 수요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전세와 월세 시장으로 그대로 흘러 들어갑니다. 이것이 바로 풍선효과입니다. 풍선효과란 규제로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으로,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매 억제가 오히려 임대 시장 가격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실제로 서울 월세 매물은 최근 27%가량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포구, 성동구는 물론이고 구로구 구축 아파트까지 전세가가 전방위로 뛰면서 '나왔다 하면 최고가'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같은 단지 내에서도 전세 가격이 7억 원 이상 차이 나는 이중 가격 현상이 재현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 당시의 삼중 가격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
현재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얼마나 심각한지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서울 전월세 매물 급감으로 신혼부부 등 신규 임차 수요자의 구직 자체가 어려워진 상태
- 노원구 일부 단지는 6개월 만에 30~40% 가격이 상승하는 등 대출 가능 금액대 아파트에 수요 집중
- 오피스텔 공급은 올해 목표치의 10% 수준에 그치며 비아파트 시장도 공급 공백 심화
집주인이 들어온다는 통보, 세입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임대차 3법이 있으니 괜찮다고 믿었던 세입자들이 지금 가장 많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 즉 세입자가 한 차례 계약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믿고 버티던 분들인데,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들어온다는 통보를 하면서 날벼락을 맞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더 복잡한 이유가 있습니다. 최근 신규 매수자 대부분이 실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취득하기 때문입니다. 양도세(양도소득세), 즉 주택을 팔 때 발생하는 시세 차익에 부과되는 세금이 강화되면서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꺼리고, 그 결과 시장에 나오는 물건 자체가 줄었습니다. 반면 새로 집을 산 사람은 각종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반드시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이중고입니다.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 이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전월세 매물은 씨가 마른 상태입니다.
경기도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아예 매매 시장을 기웃거리는 수요자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보면서 솔직히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내집마련의 꿈을 가진 사람도, 전세로 안정을 바랐던 사람도, 어느 쪽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대차 갱신권을 활용하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리는 세입자들이 갈 곳을 잃는 이 상황이 과연 규제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전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공급이 막히면 가격은 어디까지 오르는가
제가 반포 구축을 매수하고 나서 호가가 이미 30% 가까이 오른 것을 확인했을 때, 처음엔 '운이 좋았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상승이 운이 아니라 구조적인 공급 부족에서 비롯된 것임을 점점 더 확신하고 있습니다.
PF(프로젝트 파이낸싱)란 건설사가 특정 사업 부지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이 PF 대출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사업성이 나빠지며 착공 자체가 미뤄집니다. 공사비뿐 아니라 인건비와 토지 비용이 동반 상승하면서 분양가는 더 올라가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단지는 사업을 포기하는 경우까지 생겨납니다. 분양가 상한제란 공공택지나 일부 민간택지에서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인데, 건설사 입장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니 사업성이 맞지 않는 상황이 됩니다.
오피스텔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출 규제로 인해 올해 오피스텔 공급 목표치 대비 실제 공급은 10%에 그쳤습니다. 비아파트 임대 물건이 줄어드니 규제가 오히려 아파트로 수요를 집중시키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의 성과급 지급 시즌이 겹치면 사내 대출을 포함한 신규 매수 수요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입니다. 이처럼 공급은 막히고 수요는 계속 쌓이는 구조에서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됩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최근 수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지금 눌려있는 매매 호가는 규제가 풀리거나 정권 교체 이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과 같습니다. 그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시장의 구조를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수록 시장이 단순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게 뒤틀린다는 것, 저는 이번 반포 매수를 통해 몸으로 느꼈습니다. 매수도 못 하고 전세도 없고 월세마저 귀해진 이 시장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쪽은 결국 실수요자와 세입자입니다. 지금 당장 내 상황에 맞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막연히 정책을 기다리는 것보다 훨씬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부동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중요한 결정 전에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